새벽을 여는 도량석
새벽예불을 드리고 싶었던 마음을 풀려고 동료교사와 함께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송광사 후원으로 전화하였다. 늦어도 밤 8시 30분까지는 도착해야했다. 9시면 산사의 잠자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겨우 8시 40분에 산사의 매표소 출입문에 도착하여 부지런히 걸어가 후원에 도착한 시간이 9시이다. 대중을 위한 요사채 방안에 산사의 일과표가 붙여져 있다. 이제부터 남은 일은 조용히 씻고 새벽 3시부터 시작될 내일을 위해 눈을 붙이는 일이다. 산사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하였다.
- 송광사 일정표
- 오전(AM)
- 3시 00분 기상(Wake up)
- 3시 30분 새벽 예불(Dawn Chanting)
- 6시 10분 아침 공양(Breakfast)
- 10시 20분 사시 예불(Noon Chanting)
- 11시 05분 사시 공양(Lunch)
- 오후(PM)
- 5시 55분 저녁 공양(Dinner)
- 6시 30분 저녁 예불(Evening Chanting)
- 9시 00분취침(Sleeping)
- - 기도 정진은 소홀히 하지 않는다.
- -청소는 스스로 찾아서 할 것 (객실 사용 후 청소 필히 할 것)
- -03시 기상과 함께 이부자리를 개고, 취침 전까 지는 깔지 않는다.
- (단,몸에 병이 있을 경우 제외)
- -공양 후 식기 세척을 꼭 하여 주십시오.
- -오후 9시에 취침소둥 및 묵언해 주십시오.
- -경내에서 절대 금연해 주십시오.
- * 기타 문의 사항은 원주시자실로 문의 바랍니다.
[ 도량석 ] - 기상
비가 많이 오는 모양이다. 빗소리에 두근거리고 낯선 산사에서의 첫날 밤이라 설레여서 밤새 뒤척이다. 가까이 다가오는 목탁소리 염불소리에 새벽이 왔음을 알았다. 산사의 하루는 도량석(道場釋)에서 시작한다. 이름하여 도량을 깨우고 새벽을 여는 목탁소리이다.
"또르락 딱 딱. 또르락 딱 딱."
이때가 새벽 3시이다. 승방(僧房)에 등(燈)이 켜지면 무명(無明)의 한 밤은 쫓겨 달아난다.
"또르락 딱 딱. 또르락 딱 딱."
목탁소리와 함께 천수경 염불소리 들려오면, 밤새 선방에서 참선수도하였거나 잠시 부처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던 대중이라도 맑고 깨끗한 새벽의 기운을 안고 일어난다.
절에서는 대자연의 기운에 맞추어 저녁 9시에 잠들고 새벽 3시에 일어나지만 대중이 잠드는 시간에도 홀로 깨어 나를 찾고 부처를 찾고자 용맹정진으로 장좌불와하는 스님도 적지않다. 잠들지 않은 목탁의 소리에 모두 일어나 심신을 닦고 다잡아 새벽예불을 준비한다. 가사 장삼을 걸치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부처님 전에 모여든다. 산사의 하루는 이렇듯 목탁과 염불소리로 시작된다.
후원의 세면장에서 소리없이 씻고 조용히 부처님 전에 다가간다. 범종소리 법고소리에 대웅보전과 각단의 등(燈)은 도량을 밝히었다. 장삼을 걸친 스님들께서 하나 둘 소리없이 법당에 모여든다.
도량석이란 "도량을 정화한다" "도량을 푼다"는 의미가 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도량석을 석장(錫杖)을 짚고 다닌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래서 선종에서는 도량석(道場錫)이라고도 한다.
[불전사물]
하나 둘 산사의 등에 불이 밝혀지면서 범종루의 쇠북(梵鐘)은 서른 세 번을 울린다.
"궁 ---- 궁 ---- 궁 ---- "
도량석이 산사를 깨우더니 범종은 온 산을 깨운다. 산짐승과 새들도 눈을 비비며 곤충들도 지기재를 켠다. 살며시 산바람을 일으키고 계곡의 물도 다시 흐르게 한다.
"궁 ---- 궁 ---- 궁 ---- "
그 소리 나아가 지옥, 아귀, 아수라, 축생, 인간의 세계를 지나 하늘의 세계에까지 울린다. 서른 세 번. 그것은 33번째의 하늘인 도솔천을 상징한다. 물욕도 물들지 않고, 식욕을 탐하지 않고, 색욕에 굶주리지 않으며 기쁨으로 가득한 세계, 오직 아름답고 청정하며 기쁨만으로 충만하기를 바라는 이상세계. 그래서 범종은 하늘의 소리이다. 그래서 범종은 깨달음 소리이다. 그래서 범종은 불국정토의 소리이다. 하늘소리, 범종소리 끝나면 일체 뭇 생명을 제도하고 불전사물이 모두 울린다.
"덩-덩- 딱-딱- 덩-덩- 딱-딱- 더더렁 딱딱 구구렁 딱딱 ----"
축생고를 받는 들짐승들 위해 진리의 법을 전해주는 법고(法鼓)소리.
"따그락 덕덕 덕덕 따그락 따그락 따그락..."
물에 사는 고기들 위해 울리는 목어(木魚)소리.
"땅-땅-땅-땅-땅-땅따따따다---땅--땅--땅--"
날아다니는 새들 위해 울리는 운판(雲版) 소리.
범종, 법고, 운판, 목어 불전사물 소리에 스님들은 대웅전으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다. 새벽은 장엄한 화음으로 모두 하나가 되어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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