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하루
새벽 정진과 공양준비
황보근영
2023. 6. 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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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반에 시작한 예불은 4시쯤이면 끝난다. 이제 각단의 예불 속에서도 도량은 선방, 강원의 글읽는 소리로 가득하다. 그렇게 새벽공부는 6시 10분경에 시작되는 아침 공양 전까지 계속된다. 선방에서는 소리없는 좌선과 강원에서의 큰소리의 독경은 새벽의 기운에 충만하다.
그러나 정작 분주한 곳은 후원이다. 후원에서는 행자들이 원주(院主)스님의 지시에 따라 아침 공양준비로 바쁘다. 원주스님은 사찰의 먹이를 저장하고, 갈무리하고 장만하는 모든 일을 총괄하고 행자의 교육, 왕래하는 손님의 접대, 기타 대소 행사의 준비 등등 사찰 안살림의 핵심인 것이다. 원주 밑에는 별좌(別座)가 있어 행자를 통솔하고 원주를 돕는다.
이제 저 동녘산 너머로 여명이 밝아온다. 산중턱의 암자가 숨은 듯 연기가 운무되어 산으로 내린다. 강원의 독경소리도 서서히 줄어든다. 경내의 발자욱 소리는 새벽 햇살처럼 잦아든다. 이 때면 새벽 5시가 넘었다. 이때부터 아침공양 때까지는 다소 자유로운 시간이다.
스님들이 다시 수각(세면장)으로 들어가 깨끗이 세면을 하거나 해우소(화장실)로 향하여 뱃속의 근심을 푼다. 만나는 스님끼리 합장례로 인사를 한다. 스님들의 복장은 세 종류이다. 회색은 스님이시고, 회색 옷에 고동색 옷깃을 한 스님은 사미승이다. 그리고 고동색은 행자승이다. 수행이 될수록 마음의 때가 지워지듯 옷의 색깔도 옅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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