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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하루

아침 공양

by 황보근영 202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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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의 공양

아침 6시면 아침공양을 한다. 큰방 부전은 5시50분이 되면 큰방 앞마루에 놓여진 작은 종을 5번 친다. 공양시간 10분전을 알린다. 식당이 없는 절에서는 공양주와 갱두와 채공과 간상은 큰방에 들어갈 어간과 대중의 반찬상과 천수물, 밥, 국 등의 공양 거리 일체를 큰방 뒷마루에 갖다 놓는다. 그걸 학인 스님들이 다시 큰방의 어간 앞에 정돈한다.

 큰방에는 조실 스님부터 사미에 이르기까지 절의 대중이 좌차(座次)대로 발우를 앞에 놓고 앉아있다. 사찰의 모든 큰방에는 키닿는 곳쯤에 발우를 올려 놓는 선반이 만들어져 있어 공양전에 내린 발우는 공양이 끝나면 또 다시 자기 자리에 올려 놓게 된다.

 6시 정각 이윽고 찰중 스님의 손에서 죽비가 3번 울리면 대중은 합장한 다음 발우를 편다. 하얀 발우 수건을 3겹으로 접어 반으로 접은 다음 오른쪽 무릎의 한 뼘 앞에 반듯하게 놓는다. 대중이 발우를 다 편 것을 확인한 찰중은 죽비를 한 번친다. 이윽고 진지가 시작된다. 먼저 천수물이 돈다. 천수물은 어시 발우로 받는다. 천수물은 한 모금 마셔도 된다. 천수물을 조신하게 국발우와 반찬 발우를 거쳐 3번째의 천수발우로 간다. 언제나 천수 발우에는 물만 담는다.

 밥통의 밥이 온다. 천수물은 초심자가 돌리지만 밥 진지는 아무나 못한다. 밥의 양은 3홉이 원칙이다. 다음은 국, 국은 뜨겁고 출렁거리기 때문에 조심해서 다룬다. 우선 국물부터 뜨고 다음 국자로 건더기 올려, 받는 사람이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가져 갈수 있도록 배려하여 처음 받는 사람이나 나중에 받는 사람이나 국과 건더기가 같도록 해야한다.

 나누기가 끝나고, 하판 스님들이 그릇들을 밖에 내놓고 들어온 것을 확인되면 다시 죽비 3번 울리고 먹기 시작한다. 누구하나 먼저 시작하는 법이 없다. 하판 스님은 진지하랴, 공양하랴, 매우 바쁘다. 그래서 매우 빠른 속도로 밥을 먹게된다. 노스님은 그들을 위해 당신이 천천히 공양을 드신다. 모든 것이 어간의 공양 속도에 맞추어 진지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전체의 공양이 끝나면 다시 죽비를 다시 울려 마치는 소리를 한다. 천수물로 어시발우에 담아 엄지손가락을 뺀 손가락으로 조용조용 문질러 씻은 다음 국발우와 수저, 젓가락을 씻고, 다시 반찬 발우까지 씻는다. 이때 찌꺼기가 없어야 한다. 어쨌든 천수물통에 붓는 물은 찌꺼기가 있으면 안된다.

송광사 선열당-후원식당

 요즘 해인사나 송광사 등 많은 절에는 스님과 내방 신도공양을 위한 식당이 따로 있다.  해인사 식당입구에는 공양시간표가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스님들은 6시에 아침공양, 11시 사시(巳時)공양, 저녁 6시에 약석(藥石)공양이며 내방 중생들은 이보다 십분 씩 늦다. 물론 절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부처님께서는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수고하신 이들에게 감사하고 이 음식을 받기에 나의 덕행을 살펴보라 하셨다. 그래서인지 송광사의 식당 안에도 공양 기도문인 오관게(五觀偈)가 현시(顯示)되어 있다. 스님들은 매끼마다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마음을 살피며 음식을 대한다.

공양기도문 '오관게' - 송광사 선열당에서

오관게(五觀偈) : 공양하는 마음가짐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건강을 유지하는 약으로 알아

진리를 이루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① 계공다소양피내처(計功多少量彼來處) : 이 식사가 있기까지 공이 얼마나 든 것인가를 생각한다.

② 촌기덕행전결응공(村己德行全缺應供) : 자기의 덕행이 공양을 받을 만한 것인가를 생각한다.

③ 방심이과탐등위종(防心離過貪等爲宗) : 마음을 지키고 허물을 여의는 데는 삼독(三毒)을 없애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없음을 관한다.

④ 정사양약위료형고(正思良藥爲療形枯) : 밥 먹는 것을 약으로 여겨 몸의 여윔을 방지하는 것으로 족하다는 것을 관한다. 

⑤ 위성도업응수차식(爲成道業應受此食) : 도업(道業)을 성취하기 위하여 이 공양을 받는 것임을 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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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기]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에서  공양(供養)이라는 말의 본래 뜻을 알아본다. 

불교에서 시주할 물건을 올리는 의식을 지칭하는 용어

정의 -불교에서 시주할 물건을 올리는 의식을 지칭하는 용어.

개설 - 불법승 삼보(三寶)에 대해서 공경하는 마음으로 공양물(供養物)을 올린다. 일반적으로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을 불보공양(佛寶供養), 부처님의 가르침에 공양하는 것을 법보공양(法寶供養), 승가에 공양하는 것을 승보공양(僧寶供養)이라 한다.

연원 및 변천 - 공양의식은 불교의 한국 전래와 더불어 시작되어, 고려시대에는 삼보에 대한 공양이 각종 도량(道場) 또는 재(齋)의 성격을 띠고 많이 행하여졌다. 특히, 승려에게 공양하는 반승(飯僧)이 크게 성행하였는데, 한번에 1만에서 5만 명의 승려에게 공양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공양하기 위하여 일부러 작은 탑을 만들어서 공양탑이라 하였고, 공양을 위한 법회를 공양회라고 부르기까지 하였다.

행사내용 - 불전(佛殿)에서 이 의식을 행할 때는 '육법공양(六法供養)'이라고 하여 향(香) · 등(燈) · 꽃〔花〕 · 차〔茶〕 · 쌀〔米〕 · 과일〔果〕의 여섯 가지의 공양물을 갖추고, 공양게(供養偈) 또는 운심공양진언(運心供養眞言) · 운심게(運心偈) 등을 독송하면서 공양의 뜻을 고하게 된다. 이때의 공양은 운심공양이 되어야 하는데, 운심공양은 마음을 돌려 참회하고 진실된 참회를 불전에 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불전에 공양하고 그 공덕에 의한 불보살의 가피를 기원하는 것으로 공양의 의미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불전에서 행하는 공양에는 불전을 장엄하는 경공양(敬供養)과 독경하는 행공양(行供養), 음식을 올리는 이공양(利供養)의 세 가지가 구비되어야 한다.

공양의 참된 정신은 대승불교의 수행덕목인 6바라밀(六波羅蜜) 가운데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과 깊은 관계가 있다. 따라서 물질적으로 가난한 자에게는 재시(財施)를, 마음이 풍요롭지 못한 자에게는 법시(法施)를, 두려움에 차 있는 자에게는 무외시(無畏施)를 베푸는 것이 참된 공양이라는 것으로 확대되어 갔다.

  • 주1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 - 자비심으로 남에게 재물이나 불법을 베풂.
  • 주2  재시(財施) - 삼시(三施)의 하나. 절이나 가난한 사람에게 재물을 베푸는 일을 이른다.
  • 주3 법시(法施) - 삼시(三施)의 하나. 남에게 교법을 말하여 깨닫게 하는 일을 이른다. 
  • 주4 무외시(無畏施) - 삼시(三施)의 하나. 중생의 온갖 두려움을 없애 주는 일을 이른다.

우리나라의 사찰에서는 식사를 하는 것을 ‘공양한다’고 하고 식사시간을 공양시간이라 하고 있는데, 이때의 공양은 누군가가 공양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상기시켜서, 시은(施恩)을 잊지 않게 하려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식사하는 대중공양에서는 반드시 시은을 상기시키는 의식을 행하게 된다.

참고문헌 - 『고려사(高麗史)』, 『석문의범(釋門儀範)』, 『韓國佛敎儀禮の硏究』(洪潤植, 隆文館,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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