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중1 '가는 중',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선암사에서 조계산을 넘어 송광사를 찾아 가는 길입니다. 정상에 오르는 길에 작은 암자에 들렀습니다. 말이 암자라지만 벼랑에 쪼그리고 앉은 작고 초라한 오두막집이었습니다. 비로암에는 그렇게 닮은 스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아니 온 듯 다녀 가려고 조용히 들렀는데 귀 밝은 선승이 문을 열고 나오시며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그러고는 잠시 말동무가 되어 주셨습니다. 마루에 걸터 앉아 땀을 닦고 배낭 속의 방울토마토를 꺼내서 같이 들자며 권했습니다. 스님께선 먹을 때가 안 되었다며 사양하셨습니다. 그래도 한 번 더 권하니 이번엔 계율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여쭸습니다. "혼자 계신데 무슨 계율입니까? 누가 뭐랍니까?"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죠." 그냥 소박한 모습대로 쉽게 사시는 줄 알았더니 칼을 지닌 선승.. 2023. 4.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