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스님은 설악산 백담사로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 백담사의 금당인 극락보전의 심우도 벽화를 보면서 만해 스님이 지으신 심우송을 감상하는 것은 더욱 의미있는 일이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1 尋牛(심우)
此物元非無處尋(차물원비무처심) 원래 못 찾을 리 없긴 없어도
山中但覺白雲深(산중단각백운심) 산 속에 흰 구름이 이리 낄 줄이야!
絶壑斷崖攀不得(절학단애반부득) 다가서는 벼랑이라 발 못 붙인 체
風生虎嘯復龍唫(풍생호소부용금) 호랑이 용 울음에 몸을 떠느니.
2 見跡(견적)
狐狸滿山凡幾多(호리만산범기다) 여우니 삵괭이니 득실대는 산
回頭又問是甚麽(회두우문시심마) 머리를 돌려 또 묻느니, '이것은 무엇인고?'
忽看披艸踏花跡(홀간피초답화적) 문득 보니 풀 헤치고 꽃 밟은 자취
別徑何須更覓他(별경하수갱타멱) 다른 데 가 굳이 찾을 필요 있으랴.
3 見牛(견우)
至今何必更聞聲(지금하필갱문성) 이젠 꼭 그 소리를 들어야 하랴.
揖白白兮踏靑靑(읍백백혜답청청) 푸른 풀밭 딛고 선 희고 흰 모습!
不離一步立看彼(불리일보입간피) 한 걸음을 안 옮긴 채 그를 보느니
毛角元非到此成(모각원비도차성) 저 털 저 뿔 오늘에 됨은 아닐세.
4 得牛(득우)
已見更疑不得渠(이견생의부득거) 보고는 못 붙들까 애태웠듯이
擾擾毛心亦難除(요요모심역난재) 잃을세라 이 걱정 끊기 어려워
頓覺其轡已在手(돈각기비이재수) 깨달으니 그 재갈 손에 있는데
大似元來不離居(대사원리불리거) 본디 같이 있는 듯함 이상도 해라.
5 牧牛(목우)
飼養馴致兩加身(사양순치양가신) 기르고 길들이기 잊지 않음은
恐彼野性逸入塵(공피야성일입진) 행여나 옛 버릇 나 달아날세라.
片時不待羈與絆(편시부대기여반) 어느덧 굴레 씌워 끌지 않아도
萬事於今必須人(만사여금필수인) 온갖 일 따르게 됨 신기하여라.
6 騎牛歸家(기우귀가)
不費鞭影任歸家,(불비편영임귀가) 채찍질 함도 없이 돌아가는 것
溪山何妨隔烟霞.(계산하방격연하) 안개 늘 끼었은들 상관 있으랴.
斜日吃盡長程艸,(사일흘진장정초) 긴 길가 그 많은 풀을 먹어치울 제
春風未見香入牙.(춘풍미견향입아) 봄바람의 향기도 입에 씹히네.
7 忘牛存人(망우존인)
自任逸蹄水復山(자임일제수복산) 빠른 걸음 소에 받겨 산이며
綠水靑山白日間(녹수청산백일간) 물을 달리느니 세월은 한가롭기만
雖然已在桃林野(수연아재도림야) 도림桃林을 휘돌던 일 잊고 난 뒤로
片夢猶在小窓間(편몽유재소창간) 간간이 창 밖으로 꿈은 달리네.
8 人牛俱忘(인우구망)
非徒色空空亦空(비도색공공역공) 색만이 공 아니라 공도 또한 공이기에
已無塞處又無通(이무색처우무룡) 막힘도 없으려니 통함인들 있을 줄이……
纖塵不立依天劍(섬전불립의천검) 하늘 높이 빼어 든 칼 먼지 하나 못 않거니
肯許千秋有祖宗(긍허천추유조종) 천추에 조종祖宗 있음 그 어찌 용납하리.
9 返本還源(반본환원)
三明六通元非功(삼명육통원비공) 삼명이라 육통이라 별것 없거니
何似若盲復如聾(하사약맹복여릉) 소경인 양 벙어린 양 됨만야 하랴.
回首毛角未生外(회수모각미생외) 돌아보니 털도 뿔도 나지 않은 곳
春來依舊百花紅(춘래의구백화홍) 봄이라 활짝 핀 꽃 붉기도 한 빛!
*삼명육통 : 삼명(三明)은 부처님과 아라한이 지니는 수승한 세 가지 신통으로, 천안통, 숙명통, 누진통을 말한다. 여기에 신족통, 천이통, 타심통을 더하여 육통이라 한다. 삼명육통은 선 수행을 통해 얻은 능력으로 초인적 불가사의한 능력을 일컫는 말이다. 이럴 통틀어 신통이라고 부른다.
10 入鄽垂手(입전수수)
入泥入水任去來(입니입수임거래) 어디에나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哭笑無端不盈腮(곡소부단불영시) 울고 웃고 그 볼엔 흔적도 못 내……
他日茫茫苦海裏(타일망망고해리) 괴로움의 바닷속 언제인가는
更敎蓮花火中開(경교연화화중개) 불길 중에 연꽃을 피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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