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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이야기

백담사 심우도와 만해 심우송

by 황보근영 2023. 6. 16.

만해 한용운 스님은 설악산 백담사로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 백담사의 금당인 극락보전의 심우도 벽화를 보면서 만해 스님이 지으신 심우송을 감상하는 것은 더욱 의미있는 일이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백담사 극락보전
심우

1 尋牛(심우)
此物元非無處尋(차물원비무처심) 원래 못 찾을 리 없긴 없어도
山中但覺白雲深(산중단각백운심) 산 속에 흰 구름이 이리 낄 줄이야!
絶壑斷崖攀不得(절학단애반부득) 다가서는 벼랑이라 발 못 붙인 체
風生虎嘯復龍唫(풍생호소부용금) 호랑이 용 울음에 몸을 떠느니.
 

견적

2 見跡(견적)
狐狸滿山凡幾多(호리만산범기다) 여우니 삵괭이니 득실대는 산
回頭又問是甚麽(회두우문시심마) 머리를 돌려 또 묻느니, '이것은 무엇인고?'
忽看披艸踏花跡(홀간피초답화적) 문득 보니 풀 헤치고 꽃 밟은 자취
別徑何須更覓他(별경하수갱타멱) 다른 데 가 굳이 찾을 필요 있으랴.

견우

3 見牛(견우)
至今何必更聞聲(지금하필갱문성) 이젠 꼭 그 소리를 들어야 하랴.
揖白白兮踏靑靑(읍백백혜답청청) 푸른 풀밭 딛고 선 희고 흰 모습!
不離一步立看彼(불리일보입간피) 한 걸음을 안 옮긴 채 그를 보느니
毛角元非到此成(모각원비도차성) 저 털 저 뿔 오늘에 됨은 아닐세.
 

득우

4 得牛(득우)
已見更疑不得渠(이견생의부득거) 보고는 못 붙들까 애태웠듯이
擾擾毛心亦難除(요요모심역난재) 잃을세라 이 걱정 끊기 어려워
頓覺其轡已在手(돈각기비이재수) 깨달으니 그 재갈 손에 있는데
大似元來不離居(대사원리불리거) 본디 같이 있는 듯함 이상도 해라.
 

목우

5 牧牛(목우)
飼養馴致兩加身(사양순치양가신) 기르고 길들이기 잊지 않음은
恐彼野性逸入塵(공피야성일입진) 행여나 옛 버릇 나 달아날세라.
片時不待羈與絆(편시부대기여반) 어느덧 굴레 씌워 끌지 않아도
萬事於今必須人(만사여금필수인) 온갖 일 따르게 됨 신기하여라.

 

기우귀가

6 騎牛歸家(기우귀가)
不費鞭影任歸家,(불비편영임귀가) 채찍질 함도 없이 돌아가는 것
溪山何妨隔烟霞.(계산하방격연하) 안개 늘 끼었은들 상관 있으랴.
斜日吃盡長程艸,(사일흘진장정초) 긴 길가 그 많은 풀을 먹어치울 제
春風未見香入牙.(춘풍미견향입아) 봄바람의 향기도 입에 씹히네.

 

망우존인

7 忘牛存人(망우존인)
自任逸蹄水復山(자임일제수복산) 빠른 걸음 소에 받겨 산이며
綠水靑山白日間(녹수청산백일간) 물을 달리느니 세월은 한가롭기만
雖然已在桃林野(수연아재도림야) 도림桃林을 휘돌던 일 잊고 난 뒤로
片夢猶在小窓間(편몽유재소창간) 간간이 창 밖으로 꿈은 달리네.

 

인우구망

8 人牛俱忘(인우구망)
非徒色空空亦空(비도색공공역공) 색만이 공 아니라 공도 또한 공이기에
已無塞處又無通(이무색처우무룡) 막힘도 없으려니 통함인들 있을 줄이……
纖塵不立依天劍(섬전불립의천검) 하늘 높이 빼어 든 칼 먼지 하나 못 않거니
肯許千秋有祖宗(긍허천추유조종) 천추에 조종祖宗 있음 그 어찌 용납하리.

 

반본환원

9 返本還源(반본환원)
三明六通元非功(삼명육통원비공) 삼명이라 육통이라 별것 없거니
何似若盲復如聾(하사약맹복여릉) 소경인 양 벙어린 양 됨만야 하랴.
回首毛角未生外(회수모각미생외) 돌아보니 털도 뿔도 나지 않은 곳
春來依舊百花紅(춘래의구백화홍) 봄이라 활짝 핀 꽃 붉기도 한 빛!

*삼명육통 :  삼명(三明)은 부처님과 아라한이 지니는 수승한 세 가지 신통으로, 천안통, 숙명통, 누진통을 말한다. 여기에 신족통, 천이통, 타심통을 더하여 육통이라 한다. 삼명육통은 선 수행을 통해 얻은 능력으로 초인적 불가사의한 능력을 일컫는 말이다. 이럴 통틀어 신통이라고 부른다. 
 

입전수수

10 入鄽垂手(입전수수)
入泥入水任去來(입니입수임거래) 어디에나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哭笑無端不盈腮(곡소부단불영시) 울고 웃고 그 볼엔 흔적도 못 내……
他日茫茫苦海裏(타일망망고해리) 괴로움의 바닷속 언제인가는
更敎蓮花火中開(경교연화화중개) 불길 중에 연꽃을 피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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