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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뜰안

물확(水確)ㆍ수각(水閣)

by 황보근영 2023. 6. 22.

돌을 깎아 만든 물확을 돌확이라고도 하고, 한자어로는 석조(石槽)라고도 한다.
물은 생의 시작이요 끝이니, 곧 생명이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정화수를 떠서 기도를 올리거나 물 한 그릇으로 예식을 올리기도 하는 등 맑고 정결한 물의 의미를 잘 알고 소중히 여겼다.
상수도 시설이 없었던 옛날 마을이나 절에서는 우물을 조성하였으며,  평지가 아닌  산사에서는 산에서 흐르는 물을 끌어다 썼다. 계곡의 물이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대나무나 소나무로 만든 홈통을 길게 연결하여 사용했다. 따라서 사찰마다 크고 작은 물확을 두고 대롱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저장하면서, 수로를 만들어 계속 흘러가게 하여 늘 깨끗한 물을 쓸 수 있었다. 지금은 사찰을 찾는 이들이 목을 축이며 쉬어가는 샘물로 쓰고 있지만, 예전에는 사찰의 주된 급수시설이었던 것이다.
사찰에서는 맨 위의 확에서 뜬 물을 불단에 올리는 청수(淸水)로 삼고, 다음의 것을 대중의 식수로 쓰고 있다. 정화수(井華水)는 첫새벽에 길어온 깨끗한 우물물·샘물인 청수를 말한다.
이른 아침 정화수를 길어 부처님께 올리고, 청수로 마지(불단에 올리는 밥)와 대중공양을 짓고, 발우공양 때 출가자의 발우를 씻은 청수를 아귀에게도 베풀었으니, 모든 공동체의 생명을 지켜준 신성한 공생의 물이었다.
 
오대산 월정사의 물확은 불유각(佛乳閣)의 현판을 달고 금당의 뜰에 전각을 이루고 있다. '부처님 우유가 있는 집'이란 뜻으로 월정사를 찾는 이에게 시원한 감로수(甘露水)를 제공하고 있다. 큰 석확안에 물이 좋기로 유명한 오대산의 샘물이 솟아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준다.

월정사 불유각 물확
대흥사 일지암 물확
송광사 후원 돌확
송광사 광원암 물확
울진 불영사 설선당 앞, 4개의 물확
선암사 달마전 4단 석조

천년고찰 선암사에는 가장 맑고 정결한 물이 산에서 흘러 내려와 층층 4단 돌확에 차례대로 담겨지며 맑은 거울을 만들어내는 곳이 있다. 달마전 4단 석조이다.
가장 위쪽의 네모난 석조의 물은 상탕으로 부처님께 올리는 청수와 차를 준비할 때의 다기물로, 두 번째는 중탕으로 음용수로 쓰이며, 세 번째는 하탕이라 하여 세수를 하거나 의복을 빨 때 사용한다, 네 번째는 허드레탕으로 해우소를 다녀와 손을 씻는 물로 쓰인다.

영월 법흥사 물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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