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만을 뵈러 절에 가진 않는다. 절에 가면 전각의 좌우후면을 돌아 벽화를 보는 것도 큰 재미다. 벽화 속에서 부처를 만나고 화상을 만나고 고승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림 속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고 교훈이 있다.
법당 내부에 그리는 불화를 보통 탱화(幀畵)라 하며 외부 벽에는 그리는 여러 그림은 벽화(壁畵)라 한다. 서까래나 기둥에 곱게 칠한 단청은 물론이고, 금당의 벽 안팎도 빈틈없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고찰의 그림은 그 색이 지나온 만큼이나 바래서 신비로움마저 안겨 준다.
탱화는 신앙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신앙대상이 되는 여러 존상(尊像)만을 그리는 존상화와 경전내용을 그림으로 그린 변상도(變相圖)의 성격을 지닌 것이 있다. 탱화는 기능에 따라 본존의 후불탱화(後佛幀畵)와 신중탱화(神衆幀畵)로 나누어진다. 후불탱화가 본존불의 신앙적 성격을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면 신중탱화는 수호신적인 기능을 띤 것이다. 법당 안의 왼쪽 벽에는 신중단이 마련되었으며 신중탱화가 그려져 있다. 예불 드릴 때의 반야심경 독경은 꼭 신중단을 향하여 한다.
벽화는 너무나 다양해서 전부를 알 수는 없지만 대체로 바깥쪽의 벽에 그려진 벽화는 법당 안팎에서 부처님을 지키는 호법성중(護法聖衆)벽화, 석가모니불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八相圖)([부처님전에-영산전]),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바른 길을 설한 [부모은중경]벽화, 본래 마음이 곧 부처임을 찾아 깨닫게 된다는 심우도(尋牛圖:十牛圖), 기타 불교의 역사와 연관된 설화의 내용 및 장식을 목적으로 한 그림 등이 있다.
송광사에서 본 벽화는 실로 많았다. 대웅보전 내벽에는 사성제도, 외벽에는 육바라밀도가 그려져 있고 지장전에는 부모은중경도 등과 승보전에는 심우도가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