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7일 길상사를 찾았다.
아니, 법정스님을 찾았다.
지난 2001년 스님께서 사람 발길 없는 강원도 산골로 떠나신 다음에야 조계산 불일암을 찾아 갔듯이, 이제서야 스님께서 돌아가신 뒤에 스님을 뵈러갔다.
스님의 마지막 말씀이랄 수 있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배낭에 넣고서.
언제 다시 뵈올지 모를 머나먼 곳으로 떠나신 뒤에야, 멀지도 않은 성북동 길상사를 이제야 찾았다.
스님을 뵐 수 없었지만 스님의 가르침을 읽었다.
스님께서 마지막으로 머무시면서 세상 인연을 벗어나셨다는 행지실 담장을 넘어 바라보면서 스님을 친견한 것으로 위로했다. 절 마당에는 수많이 많은 등(燈)으로 장식되었다.
그리고 관세음 보살상 앞에 앉아 보온병에 담아간 차와 빵을 먹었다.
관세음보살상과 눈을 마주하면서 그녀(?)를 그렸다.어머니를 닮은 듯하다. 성모마리아를 닮은 듯하다.
선입견 때문일까? 천주교 신자인 최종태 조각가가 법정스님과의 인연으로 종교의 화해를 염원하면서 조각하였다 한다.
나는 기도하듯 그림을 그렸다.
이 관세음보살상을 보는 이는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의 원력으로 이 세상 온갖 고통과 재난에서 벗어난다'기에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하며 그림을 그렸다.
색연필 그림, 이것이 나의 첫 작품이다.
딸아이가 서랍을 정리하면서 색연필을 모두 버리겠다며 내 놓았다. 아까웠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디지털 문명만 쫓다보니 잊고 잃어버리고산 것이 적지 않다.
문듯 '색연필 그림을 그리자.' 디카로 찍고 바쁘게 스쳐가지 말고.
아름다운 자리에 머물러 그림을 그려보자. 어릴 적 내 꿈이지 않던가!
아니, 지금도 언젠가는 다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했지 않던가!
버려진 색연필을 필통에 담아 두고 책도 사보고 몇 번 연습도 했었다.
그러고는 그냥 잊어버렸다. 이번에사생각나기에처음으로 들고 나갔다.
스케치 북? 화첩도별도로 없다. 그냥 들고 다니기에 안성맞춤인작은 노트에 그렸다.
제법 마음에 든다. 이제부터라도 종종 그림을 그리자.
그린다는 것은 그립다는 말이다.
그립다는 것은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다.
아, 그리운 사람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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