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라는 용어는 원래 해의소(解衣所) 즉 옷을 벗는 곳이라는 의미였다. 속곳, 속바지, 속치마까지 켜켜입은 옛 사람들은 옷을 몇 개쯤 벗어놔야 시원하게 뒷일을 볼 수 있었던지라 뒷간 이름도 '옷 벗는 장소'로 표현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절의 화장실로 인식된 것은 한국전쟁 후 충남 동학사의 한 스님이 뒷간에 '해우소'라는 현판을 단 후부터라고 한다.
절 집의 변소인 해우소(解憂所)는 '걱정과 근심을 풀어서 해결해주는 곳'이라는 뜻이다. 걱정 중에서 큰 걱정은 대소변의 배설일 진데, 해우소야 말로 기가막히게 화장실을 잘 표현한 말이다. 해학과 낭만이 있는 이름에 옛 스님들의 여유가 느껴진다. 절에서는 변소를 또 정랑(淨廊)이라고도 부른다. '깨끗한 복도'라는 뜻이다. 절의 변소는 복도처럼 길게 된 낭하(廊下)를 막아 변소로 사용하고 있다. 가장 더럽다고 생각하는 곳을 '깨끗하다'고 표현하는 깊은 뜻이 부럽다.
송광사의 해우소는 작은 연못 가운데에 T자형으로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다. '解憂所(해우소)'라는 뜻도 모른 채, 무슨 법당인가 싶어 들어갈 만큼 예쁘고 깨끗하게 지었다. 후원의 스님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에는 '淨廊(정랑)'이라 이름하였으며 바로 앞에 빨래줄이 처져 있을 만큼 깨끗한 곳이다.
해인사 해우소에는 '청신사(淸信士)', '청신녀(淸信女)'라 현판하여 남녀칸을 구분하여 두었다. 청신사(남성용) 소변기 눈높이 앞에 '進一步(진일보)'라는 글을 게시하여 눈길을 끌었다. 보리득도(菩提得道)를 항하여 잠시도 쉬임없이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을 서원하는 진일보는 해우소 안에서도 쉼이 없는 듯 하다.
절에서는 해우소에서 주문을 외도록 권장한다. 작은 일 하나라도 정성과 기도가 들어가 있다. 측간에서 외우는 다섯가지 주문을 '입측오주(入厠五呪)'라 한다. 참고로 알아두고 내 마음자리를 돌아 볼 기회로 가졌으면 한다.
[입측오주]
화장실에 들어가서 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일세.
탐진치 어둔 마음 이같이 버려 한 조각 구름마저 없어졌을 때,
서쪽에 둥근 달빛 미소 지으리
비워서 청정함은 최상의 행복 꿈같은 세상살이 바로 보는 길
온 세상 사랑하는 나의 이웃들 청정한 저 국토에 어서 갑시다.
활활 타는 불길 물로 꺼진다. 타는 눈 타는 경계 타는 이 마음
맑고도 시원스런 부처님 감로. 화택을 건너 뛰는 오직 한 방편.
더러움을 씻어내듯 번뇌도 씻자. 이 마음 맑아지니 평화로울 뿐.
한 티끌 더러움도 없는 세상이 이생을 살아가는 한 가지 소원
한 송이 피어나는 연꽃이런가. 해 뜨는 푸른 바다 숨결을 본다.
내 몸을 씻고 씻어 이 물마저도 유리계 푸른 물결 청정수되리.
- [월간 불광(佛光)출판부에서 제작한 입측오주]
[더읽기]1 - 정호승 詩, [선암사]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더읽기]2 - 선암사의 해우소
선암사 해우소는 건축물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깊이에 있어서도 무척 유명하다. 선암사 해우소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옛날 송광사 스님과 선암사 스님이 만나 서로 자기 절 자랑을 하는데, 송광사 스님이 하시는 말씀이 '우리 절에는 솥이 얼마나 큰 지 밥을 푸려면 배를 띄워 노를 저으면서 퍼야 한다네' 하니, 이에 지지 않고 선암사 스님이 '우리 절에는 뒷간이 얼마나 높은지 어제 눈 똥이 아직도 떨어지는 중이라 소리가 내일 아침녁에야 소리가 들린다네'라 대꾸했다. 뒷간이 높으면 그 만큼 절 식구수도 많고 사세도 크다는 의미를 부풀려 말한 것이다.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