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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로 가며

사찰의 건축 양식

by 황보근영 2023. 4. 18.

[사찰이해를 위한 목조건축]

부석사 무량수전

산에 사는 우리 겨레는 모든 것을 어머니같은 산에서 얻어온다. 그러다 보니 자연 절을 지어도 모두가 어머니 산이 베풀어주는 돌과 나무로 짓는다. 산을 거역하지 않은 듯 겸허히 자리잡고, 산비탈을 상처내지 않고자 높낮이를 달리하며 산과 어울린다. 그러면서도 사시사철 계절이 주는 산의 아름다움에 결코 초라해지지 않고자 단층으로 장식하고 색을 칠한다.
돌로 기단을 쌓고 초석을 놓은 다음 아름드리 큰 나무로 기둥을 세우며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대들보와 도리로 틀을 짜맞추며 온갖 재주를 다하여 공포로 서로를 얽히게 연결한다. 벽을 쌓고 어머니의 폭넗은 치마처럼 지붕을 올린다음 단층으로 화장하고 노리개처럼 풍경을 단다.
이제 사찰의 목조건축물에 대하여 기본적인 식견을 갖고 산사를 찾자. 아는 것만큼 보이며, 보이는 것만큼 재미를 더한다.


[법당 건축물의 각부 명칭]




[ 기단(基壇)]

건물의 외관을 장엄하게 하며 빗물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습기로 부터 건물을 보호하거나 침하를 막기 위해 지면에 흙이나 돌을 쌓고 다져서 단단하게 만들어 놓은 곳을 말한다. 건물은 단위에 세워진다. 그 방법을 크게 구별하면 지면을 그대로 쓰는 방법, 지면을 파헤치고 그 밑에서부터 흙 ·모래 ·돌 등을 차례로 쌓아올리는 방법, 지표로부터 직접 쌓아올리는 방법 등이 있다.
오른쪽 사진 송광사의 국사전(국보제56호)석조 기단은 특이하게도 장방형의 석물을 가로로 눕히기도 하고 세로로 세우기도 하여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쌓아 아름다움을 더하였다. 그 아름다운 기단위에 정면 4칸, 측면 3칸(11m×4m)의 맞배지붕 건물을 지었다.

송광사 국사전 기단


 
[ 초석(礎石)]

목조건축의 기둥 밑에 놓는 돌을 가리키는 것으로 주춧돌이라고 한다. 기둥 밑에서 건물의 하중을 받아 그 하중을 분산시켜 건물자체가 완전하도록 하는 기능을 갖는 것으로 예전에는 머릿돌이라고 불렀으며, 주춧돌을 놓을 때 정초식(定礎式)이라는 특수한 건축 의식을 거행하였다. 주춧돌의 형태는 건축의 종류에 따라 다르며, 일반 주택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암석이나 둥근 돌을 쓰고, 사찰에서는 기둥과 접하는 주춧돌 윗면의 부분을 원형으로 만들기도 하고, 기둥을 고정시키기 위해 요철(凹凸)을 붙이기도 한다.


[기둥]

목조건축의 기둥은 기둥머리 ·기둥몸 ·기둥뿌리의 크기에 따라 원통기둥, 배흘림기둥, 민흘림기둥 3가지 모양이 있다.
 - 원통기둥 : 기둥머리 ·기둥몸 ·기둥뿌리의 크기가 똑같은 기둥이다. 해인사 대적광전 안에서 법전을 높게 떠받친 원통기둥을 바라본다. 

해인사 대적광전 내 원통기둥

 - 배흘림 기둥 : 기둥 높이의 3분의 1 지점이 제일 굵고 위는 아래보다 더 가는 기둥이다. 배흘림 기둥은 구조상의 안정과 착시현상(錯視現象)을 교정하기 위한 심미적인 착상에서 나온 수법으로 서양건축의 엔타시스와 같은 것이다.  배흘림 기둥은 그리스의 신전(神殿) 건축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중국이나 일본의 건축에서도 고대에는 흔히 사용하였다. 그러나 배흘림기둥을 꾸준히 사용해 온 것은 한국 건축물이다. 한국에서는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 이미 기둥의 배흘림이 뚜렷이 나타나며 고려시대의 대표적 건물인 부석사 무량수전(浮石寺無量壽殿)을 비롯하여 조선시대의 많은 건물, 즉 무위사극락전(無爲寺極樂殿) ·화엄사 대웅전(華嚴寺大雄殿)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
 
- 민흘림 기둥 : 기둥머리보다 기둥뿌리의 지름을 크게 하는 것은 안정감을 주는 데 도움이 되지만 구조적 효과보다는 시각적인 효과가 더 크다. 민흘림기둥은 둥근기둥에 많이 사용하며, 해인사 응진전(應眞殿), 화엄사 각황전(覺皇殿), 수원 장안문에서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기둥을 세울 때 다음 두 가지 기법을 이용하여 보다 웅장하고 안정감있게 보이도록 했다.

 

  • 솟음 기법 : 착시를 교정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어간 양쪽의 기둥을 제외한 나머지 기둥을 차츰 키를 키워 높게한 기법.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집 양쪽이 처져 보인다.
  • 오금 기법 : 기둥을 세울 때 수직으로 세우지 않고 건물 내부 쪽으로 기울여 세우는 방법으로 이렇게 하면 건물 전체가 안정감이 있게 된다

 

 

공포(拱包)]
공포는 천장(또는 천장)을 높여주고 길게 뻗어나온 서까래 등 처마 하중을 이상적으로 받아 그 무게를 기둥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 부재로서 목조건축에서 가장 복잡하게 결구된 구조물이다. 기둥 위에 바로 얹혀지는 주두(柱頭)와 그 위에 十字로 짜여지는 다면 각형의 첨차가 기본 단위로 건물에 따라 더 복잡하게 이루어진다.
공포에 따른 목조 건축물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 주심포(柱心包)계 : 기둥 위에만 공포가 짜여져 있는 목조 건물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로 알려진 안동 봉정사의 극락전은 대표적인 주심포계 건물로 알려져 있는데 정면의 단층과 가구를 살표보면, 기둥 윗몸에 창방(昌枋)을 두르고 주두를 올린 후 그 위에 공포를 짜올려 구성하였다. 첨차는 출목(出目)의 첨차로 외목도리(外目道里)를 받치고 이로써 지붕 전체를 받치게 하였다.

극락전의 측면 가구는 기둥 높이에 변화를 주어 귀기둥을 평주(平柱)로, 그 안쪽의 두기둥을 약간 높은 고주(高柱)로 하고, 가운데 고주는 마루도리까지 올라가게 하였다. 여기에 따라 보의 높이에도 변화를 주었다. 

봉정사 극락전

 

봉정사 극락전 주심포

  • 다포(多包)계-기둥 위 뿐만 아니라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공포를 갖고 있는 목조 건물이다.
  • 익공(翼工)식-주심포식이 간소화된 것으로 조선 후기 다포 양식과 함께 유행하던 공포양식이다. 기둥 위에 공포를 짜올리지 않고 기둥머리에 앞뒤 방향으로 첨차형 부재를 꽂아 안팎에서 보를 받치도록 한 결구 방법이다.(헛 첨차 또는 헛첨차와 그 위의 살미첨차를 판재로 만들어 간략화 한 것) 초익과 이익공 두 종류가 있다.

 

- 익공

 


[가구(架構)] 기둥이나 공포위에 얹혀져 내부 공간을 만들기 위한 여러 부재의 총칭으로 량, 도리, 대공 등이 기본 부재로 되어 있다.

 

  • 보[량(樑)]-지붕의 하중을 기둥에 연결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건물 내부에서 가장 큰 목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를 대들보라 하고 짧은 보를 퇴보라 한다.
  • 도리(道里)-가구재 최상단에 놓이는 장재로서 기둥 위에 놓이는 각종 부재를 막음 하여 지붕을 받는다. 둥근 것을 굴도리, 각진 것을 납도리라 한다. 아래 수덕사 대웅전 맞배지붕의 측면을 보면, 도리의 숫자를 한눈에 볼 수 있다.
  • 도리의 숫자에 따라 3량집, 5량집, 7량집 등으로 나눈다. 
    [수덕사 대웅전 측면가구]

       

              

[ 천장(天障)] 
천정(天井)이라고도 하며 건물내부의 기둥 윗부분을 말한다.

  • 구조천장 - 가구 구조상 필연적으로 생긴 천장으로 연등 천장, 귀접이 천장 등이 있다.  
  • 의장천장 - 의도적으로 천장시설을 한 것으로 우무천장, 빗천장, 층급천장, 닫집 등이 있다.

[부석사 조사당 내부천장]



[닫집]
법당내부 불상 위에 화려하게 꾸며놓은 작은 집 모양의 장식으로, 궁궐 임금의 자리인 용상위에도 닫집을 만들었다. 모두 자리의 주인인 임금과 부처를 좀더 귀하고 위엄있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임금의 용상보다 법당의 부처님 닫집이 훨씬 화려하다.

부석사 무량수전



[지붕]
빗물을 막고 햇볕을 피하게 하며 실내 온도를 조절해 준다. 그리고 목조건물의 지붕은 외관상 의장효과도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건물의 크기는 어떻게 표시했나?]
건물의 크기는 칸 수로 나타냈는데 한 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를 한 칸이라 했다. 그리고 도리의 숫자로 규모를 나타내기도 했다. (예: ㅇㅇ 건물은 정면 ㅇ칸, 측면ㅇ칸  팔작지붕의 ㅇ량집이다.) 위의 지붕 종류에서 예시된 건물들은 모두 정면 3칸, 측면 1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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