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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 들어

일주문(一柱門)

by 황보근영 2023. 4. 19.

범어사 일주문

산사로 들어가는 첫째 문이라 하여 '산문(山門)'으로도 불리는 '일주문(一株門)'은 양쪽 기둥이 상식을 뛰어넘어 일직선상에 늘어서 있다. 이렇게 아쓸아쓸하게 일직선상에 기둥을 세우고 무거운 지붕을 올린 그 마음은 무슨 까닭일까? 이는 바로 사찰 경내에 들어서는 이의 일심(一心)을 바라는 까닭이리라.
 모든 진리란 일심(一心)으로 인하여 나타나고 일심(一心)으로 돌아간다. 일심을 깨달아 구경열반에 노니는 분이 부처님이오 일심을 잃어 사바도탄에 헤매는 이가 중생일진대, 이 중생은 일심을 다잡고자 일주문에 들어선다. 나도 부처를 닮고자 일주문으로 들어간다.
 나 이제 사바속세를 벗어나 보살이 되어 부처님을 만나러 간다. 부처님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디니 보이지 않건만 부처님 계신 본당을 향해 합장 반배를 올리며 벅찬 가슴으로 지나간다.
 이 문에는 처마 밑에 현판을 걸어 보통 '가야산 해인사' 등과 같이 사찰이 자리한 산이름과 사찰의 이름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함께 적고 있다.
 그러나 절에 따라서는 사찰의 격을 나타내고 있는데 범어사의 경우에는 '禪刹大本山(선찰대본산)' '金井山梵魚寺(금정산범어사)'라며 두개의 현판을 내걸고 가운데 작은 현판에는 '曹溪門(조계문)'을 적어 선(禪)수행 도량임을 나타내고 있다. 범어사의 일주문은 여느 사찰의 일주문과 달리 거대한 석주(石柱)로 웅대한 지붕을 받치게 하는 독특한 구조로 일주문 중의 최고의 걸작품이다. 이 석주는 1718년 세운 이래로 지금까지 그대로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사찰 통도사의 경우에는 큰 현판을 횡으로 크게 걸고 '靈鷲山通度寺(영축산통도사)'를 적고 있으며 그 아래의 좌우기둥에다 '佛之宗家', '國之大刹'이라는 주련을 좌우에 붙여 불보사찰임을 나타내고 있다.
  팔만대장경 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법보사찰 해인사는 간단하게 '伽倻山海印寺(가야산 해인사)'로 현판하고 있으며. 왼쪽 앞에 두고 있는 당간지주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조계총림 승보사찰인 송광사의 경우에는 일주문 편액을 3열 세로로 글을 써서 지붕공포 중앙 아래에 현판하였는데 중앙에 '大乘禪宗'(대승선종), 우측 열은 '曹溪山'(조계산), 좌측 열은 '松廣寺'(송광사)라 적고 있다. 이는 송광사가 바로 조계 선종의 종풍을 떨치는 절이란 것을 말하고 있다.

영취산 통도사 일주문

 

가야산 해인사 일주문

 

송광사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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