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문에 들어

피안교

by 황보근영 2023. 4. 19.

산에 가면 절이 있고 절에 가면 부처가 있다. 이제 마음을 다 잡아 부처님을 찾아 산사로 들어간다. 산사를 찾아가는 길에는 소리가 있다.  보살되는 길을 찾는 이 중생을 반기는 새소리 바람소리. 보이지 않건만 간질이며 들려오는 개울의 물소리.
산사에 가까이 가면 장승이 웃으며 반기기에 나도 따라 웃는다. 가벼운 발걸음에  물을 건너고 산문에 들어서면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이 차례로 나타난다. 절에 따라서는 금강문이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의 순서를 따라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제 부처님의 세계를 찾아 산사로 들어간다.

사바 중생의 속진(俗塵)을 다 떨치지 못하였으니 이를 어찌 알았을까? 개울을 건너며 다 씻어내라며 개울물이 흐르고 있다 이 개울을 건너야 절로 갈 수 있다. 탐욕과 진뇌와 어리석음에 물든 3독(毒)의 때를 씻어야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 산사의 초입에서부터 그러한 상징성을 띤 다리를 건너게 된다.  그 다리를 '이 언덕(此岸)'에서 '저 언덕(彼岸)'으로 건너가는 다리라 하여 '피안교(彼岸橋)'라 한다. 피안교는 일주문 안에 있을 수도 있고, 밖에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차안은 헤맴의 사바세계요 피안은 깨달음의 열반세계이다. 스스로의 마음을 씻어내고 닦아내면 그 안에 부처님이 있다건만 중생의 근기가 약하니 피안교를 건너며 물로 씻어내고 절로 들어간다. 피안교를 건너며 이 다리를 놓아 월천(越川)공덕을 쌓은 보살님네들에게 감사함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송광사를 넘어 조계산 동쪽에 있는 선암사로 들어가는 피안교는 계곡에 목욕하고 승천하는 선녀들의 모습을 닮았다하여 승선교(昇仙橋, 보물 제400호)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다리로 평가받는 이 무지개 돌다리를 목수 신영훈은 '설빔한 아이처럼 홍의녹상한 채로 다소곳이 거기에 서있다'고 말하였다.

선암사 승선교(昇仙橋)

통도사 일주문 앞에 있는 삼성 반월교는 세 개의 무지개 석교로 구축한 다리이다. 이름은 불교의 상징인 마음을 뜻한다.

통도사 삼성반월교

송광사로 들어가는 피안교는 일주문 밖에 있는 '청량각(淸凉閣)'이다. 이는 '맑고 시원하게 씻어주는 문설주'란 뜻으로 깊숙한 계곡에 홍예(虹霓,무지개)다리를 쌓고 그 다리 위에 지붕을 올린 지붕다리건물이다. 청량각 지붕 아래를 지나면서 위를 올려다보면 보위에 턱을 괴고 있는 용이 산사로 들어가는 이들을 굽어살피고 있다. 그 익살스런 모습이 속세의 번뇌를 맑고 시원하게 씻어주고 있다.

송광사 피안교 청량각
청량각 보 위의 용

 

'산문에 들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왕문(天王門)  (1) 2023.04.19
금강문(金剛門)과 금강역사  (1) 2023.04.19
일주문(一柱門)  (1) 2023.04.19
탑비전  (0) 2023.04.19
부도전  (0) 2023.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