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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자락

삼성각-칠성각, 독성각, 산신각

by 황보근영 2023. 5. 10.

불교가 우리나라에 토착화하면서 고유의 민간 신앙인 산신신앙과 도교의 칠성신앙 등을 불교가 수용하면서 생겨난 단각이 삼성각(三聖閣)이다. 곧 산신(山神)·칠성(七星)·독성(獨聖)을 함께 모신 경우를 삼성각이라하며, 각각 따로 모셨을 때는 산신각, 칠성각, 독성각이라 불린다. 보통 큰 법당 뒤쪽에 자리하며, 각 신앙의 존상과 탱화를 모신다. 삼성을 함께 모실 때는 정면 3칸, 측면 1칸 건물을 짓고 따로 모실 때는 정면 1칸, 측면 1칸의 건물을 짓는다.

 양산 통도사의 삼성각은 금강계단(대웅전)과 구룡지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데, 다른 절의 삼성각과는 다른 삼성을 안치하였다. 산신을 별도의 산령각에 모시고, 산신(山神) 대신에 고려말의 3대 선승(禪僧)인 지공(指空), 나옹 혜근(懶翁 慧勤), 무학대사(無學大師)의 영정을 안치하였으며, 나반존자인 독성탱화와 칠성탱화를 함께 안치하였다.

통도사 삼성각 - 지공,나옹,무학대사 영정
통도사 삼성각 - 독성탱과 칠성탱(우)

[독성각 (獨聖閣)]

해인사 독성각의 새벽

 독성각은 나반 존자(那畔尊者)라는 독성님을 모신 당우로 나반존자는 나한(羅漢)중의 한 사람으로 혼자서 스승없이 자기 힘만으로 모든 진리를 깨친 성자(聖者)이시다. 그가 깨달음에 이른 길은 성문(聲聞, 소리를 듣는다는 뜻인데 부처님의 말소리를 듣고 깨달은 성자), 연각(緣覺, 스승없이 인과법과 12연기법에 의지하여 깨달은 성자), 보살(菩薩, 육바라밀의 도를 닦아서 깨달은 성자) 등 다른 나한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는 곧, 석가모니 부처님처럼 스승없이 혼자서 깨달음을 얻은 위대한 성자이시다.

 나반 존자는 홀로 천태산(天台山)에 들어가서 일출 일몰, 개화 낙화, 춘화 추실 등의 변함없는 우주의 운행을 보고 깨달음을 이룬 것이다. 연기의 이치나 육바라밀의 이치를 누구에게도 의지않고 깨우치신 분으로 특별히 전각을 지어 홀로 모시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림으로 모시는데 머리가 희고, 긴 눈썹을 가진 노인상으로 나타나는 데 일반 서민들은 대웅전이나 극락전보다 독성각에서 불공을 드리는 사람이 더 많다.

 

[칠성각(七星閣)]

 칠성각은 칠원성군(七元星君)을 모신 전각으로 칠성은 원래 중국에서 도교 신앙과 깊은 관계를 맺고 형성된 다음 우리나라에 들어 온 외래신(外來神)으로서, 사찰의 수호신으로 불교에 수용되어 칠성각을 만들어 봉안하게 되었다. 칠성 신앙의 근원은 중국에 불교가 들어갈 때 민간 신앙을 기초로 한 도교가 중국에 널리 보급되어 불교 전파가 힘이 들었다. 당나라의 일행선사(一行]禪師)가 도교를 흡수해서 불교와 도교의 마찰을 해소하여 불교에서 칠성을 완전히 흡수 포용한 것이다. 칠성신은 비를 내려서 농사가 풍작이 되도록 하며, 수명을 연장해주고 병을 없애 주며, 특히 어린이의 수명장수를 주관하며, 또한 재물을 늘려 주고 재능을 돋우어 준다.

봉정사 지조암 칠성전

한민족 별자리신앙의 모태는 칠성신앙

별자리를 성수(星宿)라 한다. 별이 밤하늘에 유숙하는 곳으로 본 것이다. 별들이 밤하늘에 잠을 잔다. 매력적인 생각이다. 한자 ‘宿’자는 ‘잘 숙’으로도 읽기도 하고, ‘별 수’로도 읽는다. 성수신앙, 곧 별자리신앙은 태고로부터 전승해온 전통 민간신앙이자 토착신앙이다. 일월성신과 천지신명에 세상 만유의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보았다.
남도민요 중에서 〈성주풀이〉가 있다. 성주풀이에서 묻고 답하는 대목이 있다. “성주님 본향이 어디메뇨? 경상도 안동 땅의 제비원이 본이라.” 성주는 집을 짓고, 또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집을 짓는 재목으로서 소나무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민간신앙에서 수복강녕을 가져다주는 무속신이다. 민요에서 성주의 근본을 안동 땅 제비원에 있다고 천명하고 있어 흥미를 끈다. 안동 땅에 제비원 석불이 있다.
그런데 동양적 세계관에서 하늘과 땅은 서로 감응한다. ‘천지감응(天地感應)’이라 부른다. 하늘의 별은 인간의 탄생과 죽음, 수명, 길흉을 관장한다고 보았다. 해와 달과 별이 일월성신이다. 하늘의 별들이 인간의 삶 속에 깊숙이 매개한다. 해와 달, 목화토금수의 별들은 음양 오행의 패러다임으로 작동하고, 심지어 오늘날에도 일월화수목금토의 일주일 주기로 삶의 일상을 담당한다. 특히 남두육성과 삼태성, 북두칠성은 인간의 탄생과 수명, 길흉화복을 주관한다고 보았다. 전통 별자리신앙의 모태는 일월성신, 특히 북두칠성에 강력히 닿아 있다. 중국의 도교가 북극성 중심이라면, 한민족은 북두칠성에 대한 칠성신앙이다.
고구려 벽화고분 덕화리 고분 1, 2호에는 팔각벽면 한 면 전체에 가득 차도록 북두칠성을 그려 둬서 칠성신앙의 뿌리 깊은 내력과 비중을 짐작케 한다. 전통민속의 칠성신은 그 북두칠성을 인격화 한 민간신앙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칠성신앙에다 중국으로부터 영향 받은 도교적 요소가 결합해서 다양한 신들의 향연과 천문 우주를 펼쳐 두었다. 고구려의 도교적 문화요소들은 고려의 불교국가에 이르러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로 변신 한다. 도교와 불교의 습합(習合)이 이뤄진 것이다.

보통은 칠성각인데 봉정사 지조암은 ‘칠성전’이다. 당호의 존격을 최상으로 높여 두었다. 칠성각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삼막사의 경우 ‘칠보전’, 수원 용주사에선 ‘시방칠등각(十方七登閣)’, 통도사 안양암에선 ‘북극전’으로 부른다. 나반존자의 독성과 산신을 함께 봉안할 때는 ‘삼성각’으로도 부른다. 만해 한용운은 〈조선불교유신론〉에서 칠성신앙을 미신이라면서 ‘논할 것도 없이 가소로운 것’이라 하였는데, 실제로는 한국불교의 포용력과 민간신앙의 흡수에 의해 한국 사찰가람의 필수적 요소가 돼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봉정사 칠성전의 벽화는 대단히 도교적이다. 벽화만을 떼놓고 보면 완전한 도교적 도상이다. 보통 칠성도는 같은 별자리를 상징하는 불교와 도교의 위계가 서로 대응하는 구도로 그린다. 상단에는 치성광여래께서 칠성여래를 거느리고, 하단에서는 자미대제께서 칠원성군(七元星君)을 거느린 형태다. 불교와 도교의 세계를 한 화면에 담아 보여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봉정사 칠성전의 벽화는 도교적 세계관에 집중해서 대단히 독특한 특색을 보이고 있다. 벽화는 회칠로 마감한 바탕의 좌우 벽면에 조성하였다.
한 벽면에 세 칸씩, 총 여섯 칸의 화폭에 6폭 병풍처럼 전개했다. 벽화는 하늘의 천군세계의 도석인물화로 여길 정도로 모든 별자리의 이름을 밝혀 두어 민속학적 가치를 더 높인다. 별자리 이름은 머리에 쓴 관모에 둥근 원을 마련해서 기입하거나, 인물 옆에 붉은 글씨로 써두기도 했다. 별자리 성수들은 한결같이 도교적 인물인 진군(眞君), 천자(天子) 등으로 인격화 했다. 좌우대칭의 구도로 배치하였고, 벽화에 등장하는 인원은 총 45분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도가적 관복복식을 갖추었다. 등장무대는 신령한 구름이 뭉개 뭉개 피어오르는 하늘세계다.

칠성전 향좌측 벽화. 남극노인과 월궁천자, 28수 별자리 중 북방7수, 남방7수를 인격화해서 그렸다.
칠성전 향우측 벽화. 자미대제와 일궁천자, 삼태육성, 그리고 28수중 동방7수, 서방7수 등을 그렸다.

 - 이상 봉정사 칠성전, 출처 : 현대불교신문(http://www.hyunbulnews.com)

 

[산신각(山神閣)]

 산령각, 만덕전(萬德殿)이라고도 불리는 산신각은 산신령을 봉안한 당우로 우리나라 사찰에만 존재한다. 이는 우리 불교가 토착화해 온 과정을 알려주는 좋은 증거이다. 산신은 원래 불교와 아무 관계가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토착 신앙이었으나 불교가 재래 신앙을 수용하면서 산신은 부처님을 지키는 호법신중(護法神衆)이 되었다. 그러다가 후대에 이르러 불교 안에서 지금처럼 본래의 모습을 찾아 독립된 전각을 지어 모시게 된 것이다.

 산의 정기를 믿고 산신령을 믿음으로 산신을 섬기게 된 것인데 산신은 백발 노인으로 표현되고, 호랑이는 산신의 지시에 따르는 영물로 늘 산신 옆에 배치되어 있다. 산신은 불전(佛典)에 그 근거가 없으므로 산신전(山神殿)이라 하지 않고 한층 격을 낮추어 산신각(山神閣)이라고 한다. 현재 산신각에서는 자식을 원하는 사람과 재산이 일기를 기원하는 신도들의 산신기도가 많이 행해지며 대부분의 사찰에는 한 칸 남짓한 목조 산신각이 꼭 있다. 

통도사 산령각 산신탱 범어사 산신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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