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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하루

약석과 저녁예불

by 황보근영 202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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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공양인 약석(藥石)은 6시이다. 해가 짧은 겨울은 5시 30분 정도. 계절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둔다. 스님들 가운데에는 하루 한 끼만 먹는 스님도 계신다. 이름하여 일중식(一中食). 그런가 하면 오후에는 먹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후 불식(午後不食)이 그것이다.

학인스님들은 큰 스님의 저녁 공양을 나르고..

 부처님은 정오 이후는 드시지 않았다. 지금도 인도나 그 주변 국가 스님들은 오후 불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비단 불교뿐 만 아니라 힌두교나 자이나교의 수행자들도 오후 불식이 관습화되어 있다. 그러나 생산 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정신 노동자들이 그들에게 갖는 감사와 겸허의 뜻을 표하는 의미가 더 짙다. 그래서 저녁공양을 약석(藥石:약이나 침의 뜻, 치료의 뜻도 포함된다)이라고 했다.

저녁 공양 뒤 소제나 양치질을 끝내는 시간쯤에 저녁 예불을 알리는 종이 큰 법당에서 올린다. 곧 이어 사물(四物)이 차례대로 울린다. 이 사이 각 전(殿)에서는 부전 스님들이 예불을 드린다. 아침에는 큰 법당 예불이 끝나고 각 전으로 가지만, 저녁에는 반대로 각 전이 끝나고 큰 법당으로 모인다. 사물이 다 울릴 쯤이면 각 전의 예불도 모두 끝나 큰 법당의 예불이 시작된다.

 예불의 의식은 아침 예불과 다를 바 없지만, 저녁에는 발원문을 봉독하지 않으므로 더 간소한 편이다. 예불이 끝나면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 정진한다. 이때 쯤이면 섬돌에 어둠이 짙게 내려 장등(丈燈)을 켠다. 저녁예불 후에도 법당의 불단에는 등이 꺼지지 않고 있다.

저녁예불 후에도 불단의 등은 꺼지지 않고 있다 -  송광사애서
산사에는 어둠이 내리고... : 송광사 우화각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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