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공양인 약석(藥石)은 6시이다. 해가 짧은 겨울은 5시 30분 정도. 계절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둔다. 스님들 가운데에는 하루 한 끼만 먹는 스님도 계신다. 이름하여 일중식(一中食). 그런가 하면 오후에는 먹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후 불식(午後不食)이 그것이다.
부처님은 정오 이후는 드시지 않았다. 지금도 인도나 그 주변 국가 스님들은 오후 불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비단 불교뿐 만 아니라 힌두교나 자이나교의 수행자들도 오후 불식이 관습화되어 있다. 그러나 생산 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정신 노동자들이 그들에게 갖는 감사와 겸허의 뜻을 표하는 의미가 더 짙다. 그래서 저녁공양을 약석(藥石:약이나 침의 뜻, 치료의 뜻도 포함된다)이라고 했다.
저녁 공양 뒤 소제나 양치질을 끝내는 시간쯤에 저녁 예불을 알리는 종이 큰 법당에서 올린다. 곧 이어 사물(四物)이 차례대로 울린다. 이 사이 각 전(殿)에서는 부전 스님들이 예불을 드린다. 아침에는 큰 법당 예불이 끝나고 각 전으로 가지만, 저녁에는 반대로 각 전이 끝나고 큰 법당으로 모인다. 사물이 다 울릴 쯤이면 각 전의 예불도 모두 끝나 큰 법당의 예불이 시작된다.
예불의 의식은 아침 예불과 다를 바 없지만, 저녁에는 발원문을 봉독하지 않으므로 더 간소한 편이다. 예불이 끝나면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 정진한다. 이때 쯤이면 섬돌에 어둠이 짙게 내려 장등(丈燈)을 켠다. 저녁예불 후에도 법당의 불단에는 등이 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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