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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하루

방선 죽비(放禪竹扉)

by 황보근영 2023. 6. 20.

앞글>약석 저녁예불

선방에는 잠에서도 화두를 놓치않는다

삼경의 종이 울린다. 9시 정각, 선방을 제외한 모든 도량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든다. 선방에서는 한 시간이 지나 10시, 방선 죽비(放禪竹扉)를 친다. 딱, 딱, 딱 가행 정진도 끝난다. 특별 정진을 하는 선방에서는 11시 50분에 방선한다. 2시 50분이면 일어나야 하니까. 하루 3시간 잠자는 셈이다. 이때는 잠도 약이 된다. 그러나 보통 선방의 경우 가행정진이라해도 10시에는 방선을 한다. 방선죽비가 울리면 장등(불을 켜거나 끄는 소임)을 맡은 스님은 심지를 낮추어 초롱불을 켠다. 요즈음은 전부 전기를 쓰니까 촉광 조절만 하면 된다.

 선방은 잘 때도 불을 완전히 끄지 않는다. 깨어나는 잠, 잠 속의 깨어남도 공부의 하나, 오매일여(寤寐一如: 잠잘 때나 있을 때나 한결같이)의 정진은 잠 잘 때라고 쉬는 것이 아니다. 잠자리에서도 화두를 놓아서도 안된다. 선객들이 조용조용 일어나 오줌누고, 하품하고, 지는 목련꽃 사이로 넘어가는 달 한 번 쳐다보고 돌아와 와선(臥禪)에 들면 산사의 하루도 져내린 것이다. 

<산사의 하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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