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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금당벽화와 육조혜능 이야기 중국 선종, 돈오사상의 육조 혜능을 하동쌍계사에서 만났다. 가람의 맨 위에 쌍계사 창건설화가 담긴 혜능의 머리를 모셨다는 금당이 있었다. 들어가는 문의 이름이 돈오문(頓悟門)이다. 돈오는 바로 육조 혜능의 수행법 핵심 사상이다. [육조정상탑ᆞ금당ᆞ세계일화조종육엽] 전하는 말로 '추사가 현판을 썼다'지만, '추사체로 쓴 현판'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금당의 벽화에는 혜능의 이야기가 그려져있다. 참 좋은 발견이다. 여느 절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벽화이다. 나는 사찰의 전각을 찾을 때면 전각의 주인공을 예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벽화 이야기를 찾아 보고자 탑돌이 하듯이 전각의 뒤로 돌아간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윈 외아들 혜능은 장작 땔나무를 팔면서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았다. 어느날 장작 주문을.. 2023. 6. 21.
설악산 백담사 나한전 벽화이야기 설악산 백담사 나한전의 벽화이야기. 참 의미 깊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다. 우선 백담사 나한전의 상하단의 벽화를 올려놓고 그 이야기들을 찾아간다. 1.(아래) 불로장생을 추구하던 신선들이 불교를 수용하면서 바둑판 대신에 불경을 펼쳐놓고 경서를 읽고 공부를 하고 있다. 도교가 불교를 수용한다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불교가 도교를 수용한 그림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흔히 보는 산신[령]각은 바로 신선사상, 무속사상까지 통섭한 모습이다.2.(위)방아를 찍는 혜능에게 오조 홍인이 다가와 말없이 지팡이로 방아를 딱딱딱 세번 내리치고는 돌아갔다. 삼경에 자기 방으로 오라는 것이다. 3(아래)4.(위) 혜능은 홍인스님이 전해준 가사와 발우를 들고 도망친다. 그를 잡으려고 수많은 이들이 쫓아온다. 쫓기던 .. 2023. 6. 21.
방선 죽비(放禪竹扉) 앞글>약석 저녁예불 삼경의 종이 울린다. 9시 정각, 선방을 제외한 모든 도량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든다. 선방에서는 한 시간이 지나 10시, 방선 죽비(放禪竹扉)를 친다. 딱, 딱, 딱 가행 정진도 끝난다. 특별 정진을 하는 선방에서는 11시 50분에 방선한다. 2시 50분이면 일어나야 하니까. 하루 3시간 잠자는 셈이다. 이때는 잠도 약이 된다. 그러나 보통 선방의 경우 가행정진이라해도 10시에는 방선을 한다. 방선죽비가 울리면 장등(불을 켜거나 끄는 소임)을 맡은 스님은 심지를 낮추어 초롱불을 켠다. 요즈음은 전부 전기를 쓰니까 촉광 조절만 하면 된다. 선방은 잘 때도 불을 완전히 끄지 않는다. 깨어나는 잠, 잠 속의 깨어남도 공부의 하나, 오매일여(寤寐一如: 잠잘 때나 있을 때나 한결같이)의 정진.. 2023. 6. 20.
약석과 저녁예불 앞글> 산보, 울력 저녁공양인 약석(藥石)은 6시이다. 해가 짧은 겨울은 5시 30분 정도. 계절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둔다. 스님들 가운데에는 하루 한 끼만 먹는 스님도 계신다. 이름하여 일중식(一中食). 그런가 하면 오후에는 먹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후 불식(午後不食)이 그것이다. 부처님은 정오 이후는 드시지 않았다. 지금도 인도나 그 주변 국가 스님들은 오후 불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비단 불교뿐 만 아니라 힌두교나 자이나교의 수행자들도 오후 불식이 관습화되어 있다. 그러나 생산 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정신 노동자들이 그들에게 갖는 감사와 겸허의 뜻을 표하는 의미가 더 짙다. 그래서 저녁공양을 약석(藥石:약이나 침의 뜻, 치료의 뜻도 포함된다)이라고 했다. 저녁 공양 뒤 소제나 양치질을 끝내는 시.. 2023. 6. 20.
산보와 울력 앞글> 사시공양 산사의 대중 생활 가운데 산보(散步)처럼 자기만의 호젓함을 느끼는 시간도 없다. 절은 대게 산에 있잖는가. 향기 좋게 피는 야생화 사잇길의 여름 산보, 바람이 불어 흔들리는 갈대숲 사이의 가을 산보, 토끼가 힘들여 뛰는 눈길의 겨울 산보. 밟히는 작은 이끼의 망울져 터져나가는 생명의 신비를 바라보는 일이거나 진달래와 산수유가 피어나는 봄의 산보. 짧은 산행이라 차림 그대로여서 좋고, 목적이 없으니 바쁠 것 없어 홀가분하다. 경을 보든, 선을 하든, 가부좌 틀고 앉는것이 수행자의 몸가짐, 휘적휘적 걸어 근육을 푸니 정진에 힘이 붙어 좋다. 혹 고참 납자를 모시고 산보를 가면 깊은 정진의 경험을 듣게 되어 유익한것이다. 울력(運力)의 종류는 많다. 비 새는 지붕 기와를 갈고, 허물어진 굴뚝이.. 2023. 6. 20.
사시공양(巳時供養) 앞글> 청소와 오전정진 사시공양은 점심 공양이다. 부처님 살아 계실 적에는 하루 한 끼만 식사를 하였다. 그 때가 바로 오전 11시경으로 12간지로 사시(巳時)에 해당한다하여 사시(巳時)공양이라 한다. 이를 재식(齋食)이라고도 한다.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 밥을 마지(摩旨)라고 하는데 오전 10시에 정진이 끝나면 큰 법당 소임을 맡은 노전 스님을 비롯해서 각 법당의 소임자들은 마지를 올릴 준비를 한다. 후원에서는 공양주가 벌써 각 법당별로 가져갈 마지를 담아 빨간 마지보를 덮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10시30분 이윽고 큰 법당에서는 마지종이 울린다. 큰 법당과 각 전에서 일제히 올리는 목탁 소리가 들린다. 재식 예문은 새벽예불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새벽예불은 첫머리가 "지심 귀명례"라고 하지만 점심 불공에.. 2023. 6. 19.
청소와 오전 정진 앞글>아침공양 [청소] 아침공양이 끝나면 잠시나마 해우소(화장실)에서 근심을 풀고 양치질하는 시간이 지나면 곧 청소 목탁이 울린다. 밤새 경내를 놀다간 낙엽을 쓸고 각자 소임한 일에 분주하다. 자기 담당 구역보다 온 대중의 공동 구역인 마당과 사천왕문 그리고 일주문까지는 먼저 비질을 한다. 대중 공동 청소가 끝나면 각자 맡은 당료(堂寮) 전각을 비질한다. 법당이나 전각의 청소는 아침 예불 끝에 일상적으로 행하며 청소가 어찌 도량만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랴. 마음의 번뇌를 씻어내여 마음이 청정하면 세계가 청정한 것을... 잠시 웃고 한가롭다했더니 강원에서는 금새 독경소리가 요란하다. 아침 공양 뒤 청소가 끝나면 보통 6시50분쯤 된다. 7시부터는 오전 정진이 시작된다.[오전정진] 강원(講院)에서는 절 집의 .. 2023. 6. 19.
아침 공양 앞글> 새벽정진 아침 6시면 아침공양을 한다. 큰방 부전은 5시50분이 되면 큰방 앞마루에 놓여진 작은 종을 5번 친다. 공양시간 10분전을 알린다. 식당이 없는 절에서는 공양주와 갱두와 채공과 간상은 큰방에 들어갈 어간과 대중의 반찬상과 천수물, 밥, 국 등의 공양 거리 일체를 큰방 뒷마루에 갖다 놓는다. 그걸 학인 스님들이 다시 큰방의 어간 앞에 정돈한다. 큰방에는 조실 스님부터 사미에 이르기까지 절의 대중이 좌차(座次)대로 발우를 앞에 놓고 앉아있다. 사찰의 모든 큰방에는 키닿는 곳쯤에 발우를 올려 놓는 선반이 만들어져 있어 공양전에 내린 발우는 공양이 끝나면 또 다시 자기 자리에 올려 놓게 된다. 6시 정각 이윽고 찰중 스님의 손에서 죽비가 3번 울리면 대중은 합장한 다음 발우를 편다. 하얀 발우.. 2023. 6. 19.
새벽 정진과 공양준비 앞글> 새벽예불 3시 반에 시작한 예불은 4시쯤이면 끝난다. 이제 각단의 예불 속에서도 도량은 선방, 강원의 글읽는 소리로 가득하다. 그렇게 새벽공부는 6시 10분경에 시작되는 아침 공양 전까지 계속된다. 선방에서는 소리없는 좌선과 강원에서의 큰소리의 독경은 새벽의 기운에 충만하다. 그러나 정작 분주한 곳은 후원이다. 후원에서는 행자들이 원주(院主)스님의 지시에 따라 아침 공양준비로 바쁘다. 원주스님은 사찰의 먹이를 저장하고, 갈무리하고 장만하는 모든 일을 총괄하고 행자의 교육, 왕래하는 손님의 접대, 기타 대소 행사의 준비 등등 사찰 안살림의 핵심인 것이다. 원주 밑에는 별좌(別座)가 있어 행자를 통솔하고 원주를 돕는다. 이제 저 동녘산 너머로 여명이 밝아온다. 산중턱의 암자가 숨은 듯 연기가 운무되어.. 2023. 6. 18.